프라하, 중세가 살아있는 도시 — 보헤미아 왕국의 황금기

유럽 여행을 꿈꾸는 분들한테 “어디 가고 싶어요?” 물어보면 파리, 로마 다음으로 꼭 나오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프라하 역사의 무대, 체코의 수도 프라하예요. 저도 사진으로만 봤는데, 중세 시대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은 그 골목들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도대체 이 도시는 어떻게 이렇게 보존될 수 있었을까? 그 궁금증에서 오늘 글이 시작됐습니다.

프라하 역사 카를교 구시가지

블타바 강가의 작은 마을에서 — 보헤미아 왕국의 탄생

프라하의 역사는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블타바 강가에 작은 마을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는데, 10~11세기 사이에 지금의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 주변에서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본격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1085년, 프라하는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보헤미아라는 이름, 어디선가 들어보셨죠? 맞아요, 퀸(Queen)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나오는 그 보헤미안이 바로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원래 보헤미안은 ‘보헤미아 왕국 사람’이라는 뜻이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기질이 알려지면서 ‘자유로운 예술가’를 뜻하는 단어가 됐어요.

프라하는 지리적으로도 유럽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동서남북 어디로든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였고, 덕분에 상업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전했습니다.


체코의 아버지, 카를 4세의 황금기

프라하가 진짜 빛나기 시작한 건 14세기였습니다. 1346년, 카를 4세가 보헤미아 왕국의 왕으로 즉위하면서 프라하는 단순한 왕국의 수도를 넘어 중세 유럽 도시 전체의 중심지가 됐어요.

카를 4세는 프라하를 유럽 최고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가 남긴 업적을 보면 정말 대단해요.

1348년에는 중부 유럽 최초의 대학인 카렐 대학교를 설립했어요. 지금도 운영 중인 이 대학은 6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합니다. 같은 해에 프라하 신시가지를 건설하고, 웅장한 성 비투스 대성당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왕관 보석을 보관하기 위한 카를슈테인 성도 지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1357년, 홍수로 유실된 다리를 대체할 새로운 다리 건설을 명령했습니다. 바로 오늘날 프라하의 상징이 된 카를교예요. 체코 사람들이 카를 4세를 ‘체코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는 거죠.


소원을 들어주는 다리 — 카를교 역사

프라하를 대표하는 명소 카를교는 그냥 다리가 아닙니다. 1357년 7월 9일 오전 5시 31분에 착공해서 1402년에 완공된 이 다리에는 흥미로운 비밀이 숨어 있어요.

착공 날짜와 시간을 숫자로 나열하면 ‘1357 9 7 5 31’이 되는데, 이 숫자들이 가운데 9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룬답니다. 수비학을 믿었던 카를 4세가 다리에 강한 힘을 불어넣기 위해 일부러 이 시간에 착공을 시작했다고 해요. 덕분인지 카를교는 600년이 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길이 516미터, 폭 9.5미터의 이 돌다리 위에는 30개의 성인 조각상이 줄지어 서 있어요. 그 중 가장 유명한 건 얀 네포무크 신부의 조각상인데, 이 조각상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서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옵니다.

현재 다리 위의 조각들은 모두 모조품이에요. 진품은 박물관에 보관 중이고, 비바람에 닳아 없어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프라하의 문화유산이 지켜지고 있는 거죠.


전쟁도 비껴간 도시 — 프라하가 중세를 간직한 이유

프라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어떻게 이렇게 옛날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지?”예요. 유럽 대부분의 도시들이 2차 세계대전 폭격으로 도심이 초토화됐는데, 프라하는 달랐습니다.

1939년 나치 독일이 체코를 점령했을 때, 히틀러는 프라하를 독일의 문화 도시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파괴하지 않았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점령군의 이 결정 덕분에 프라하의 중세 건축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들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고 있는 건 유럽에서도 프라하가 거의 유일해요. 이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2년 프라하 역사 지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프라하를 공부하고 나서 드는 생각

솔직히 프라하는 제가 가보고 싶은 도시 1순위예요. 아이들한테도 꼭 보여주고 싶고요. 화려하고 번화한 파리나 로마보다, 골목골목 중세의 흔적이 그대로 살아있는 프라하가 왠지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아요.

프라하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낀 건, 이 도시는 전쟁도, 점령도, 격변하는 역사도 모두 견뎌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았습니다. 600년 된 돌다리가 여전히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어주고, 중세의 첨탑들이 하늘을 찌르는 도시. 언젠가 꼭 그 돌다리 위에 서보고 싶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파리의 탄생, 센강 위의 작은 섬에서 시작된 도시 이야기를 함께 걸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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